The Saga of Anatahan

Blu-ray 2017.07.07 18:57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의 마지막 연출작. 30년대 중반까지 마를레네 디트리히와 함께 멋진 영화들을 내놓다가 40년대 들어 연출 기회가 뜸해지고, 할리우드에서 만든 마지막 작품 [마카오(Macao, 1952)]에 이르러서는 촬영 도중 해고당하는 수모를 겪었던 스턴버그가 일본에서 오랜만에 거의 전권을 쥐고 만든 작품이다. 각본과 내레이션, 연출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촬영도 직접 했다는데, 이 사람의 독재자 기질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말 태평양에서 침몰한 일본 선박의 남자 승무원들이 아나타한 섬에 흘러들어와 종전 소식도 믿지 않은 채 1951년까지 머물렀던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은 특히 서른 명이 넘는 남자들이 섬 전체에 하나뿐인 히가 카즈코라는 여자를 두고 서로 죽고 죽이는 다툼을 벌였다는 사실 때문에 더 유명한데, 글쎄, 그걸 두고 "아나타한의 여왕" 운운하는 건 음흉하고 착취적인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생각해 보면 스턴버그의 이국 취향에는 제대로 부합하는 이야기 같다. 어차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거나 정치적으로 마음 편한 서사를 다루고자 한 연출가도 아니고, 특유의 과포화된 인공 세계를 펼쳐 보이겠지 뭐.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고지라(ゴジラ, 1954)]로 유명한 작곡가 이후쿠베 아키라와 특수효과 전문가 츠부라야 에이지가 각각 음악과 특수효과를 맡았다는 것. 그러고 보면 미국과 일본은 비슷한 시기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수준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가하고 있었는데, 둘 사이에 인력의 교류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괜히 아쉽네. 양쪽 다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려나.

 이미 미국 Kino Lorber에서 Blu-ray로 출시한 바 있는데, Eureka판도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1958년 무수정판, 1953년 극장 개봉판, 조셉 폰 스턴버그의 아들 니콜라스 폰 스턴버그의 인터뷰, 태그 갤러거의 비디오 에세이, 아나타한 섬의 생존자들을 촬영한 미 해군 기록 영상, 미사용 촬영분, 예고편 등은 모두 동일. Eureka는 여기에 평론가 토니 레인즈 인터뷰와 소책자를 더한다. Kino Lorber에 있는 1953년 판과 1958년 판의 비교 영상은 빠진 건가? 아무튼 Kino Lorber와 Eureka가 같은 영화를 출시했을 때는 Eureka를 선택하는 것이 진리인지라.


 Eureka 웹사이트
 DVD Beaver 리뷰
 10K bullets 리뷰
 아마존 영국

Posted by Dr. Gog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