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에 관하여

공지사항2013.12.02 18:53
 각 품목에 달린 별점은 단순히 해당 품목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각각 조금씩 다른 물욕을 가리킨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듯하다. 그런 이유에서 별점 대신 위계질서가 없는 분류도 생각해 봤지만, 이를테면 ABCD를 정해놓고 A는 무엇, B는 무엇을 가리킨다는 식으로 이 블로그에서만 통용될 규칙을 따로 정하면 쓰는 쪽이나 보는 쪽이나 번거롭기 짝이 없을 테니 그냥 별점의 직관성에 의존하기로 했다.

 별점 구분은 어느 정도는 직관적이어서 명확한 구분은 어렵지만, 일단 이 글을 쓰는 현재 느끼는 바는 다음과 같다.

 ☆☆☆☆ : 언젠가는 손에 넣고야 말 물건. 애정도 애정이지만 그 애정의 밑바탕에 어떤 거역하기 어려운 당위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이미 다른 경로로 접한 적이 있는 작품이거나, 굳은 신뢰를 보내는 작가의 작품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금 여유가 생기면 이쪽부터 처리하는 건 아니고. 구매 결정은 결국 그때그때의 마음과 할인율에 달린 법. 별 넷 하나 살 돈으로 별 둘 반 셋을 살 수 있는 시점이라면 후자에 끌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은 가격이 비슷한 별 넷과 별 셋 반을 두고 고민할 수도 있는 거고.

 ☆☆☆½ : 강하게 욕망하는 물건. 어떤 면에서는 별 넷보다 이쪽이 좀 더 순수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저것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이유, 혹은 저만한 돈을 내면서까지 저것을 가져야 할 이유를 대기는 어렵지만 몹시 갖고 싶은 물건들이다.

 ☆☆☆ : 있으면 좋겠다 싶은 물건. 애정과 관심의 경계선을 오가는 정도라고나 할까. 좋아하기는 하는데 당장 악착같이 물욕이 들끓지는 않는 물건들, 좋다는 소문은 들었고 관심은 가지만 확신까지는 없는 물건들,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겠다기보다도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는 물건들 등이 해당하겠다.

 ☆☆½ : 애정이나 관심보다 의무감 쪽이 더 큰 물건. 그런 것들이 있다. 딱히 막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곁에 있으면 자료로 쓸 일은 있겠구나 싶은 물건들. 지금의 내 관심사를 유지하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마주칠 수밖에 없고, 좋든 싫든 참조해야만 할 물건들. 혹은 '저 분야/사람을 좋아하니까 이 정도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릇된 허영과 의무감을 뿌리칠 수 없는 물건들. 이미 다른 좋은 판본으로 갖고 있어 제값을 주거나 중복 소장하기 망설여지는 물건들. 그리고 원래는 ☆☆☆에 해당해야 할 텐데 품질이 별로라 구매가 저어되는 물건들도 있다.

 이 이하에 관해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럴 거면 애초에 별 한 개부터 시작해도 괜찮지 않나 싶지만, 별 네 개나 다섯 개를 만점으로 보는 관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별 한 개나 두 개를 무시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봐 염려스럽기도 하고, 또 물욕의 추악함에는 끝이 없으니 언제 저보다 더 낮은 단계의 물욕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니겠나.

 물론 한 번 책정한 별점은 무조건 영원하지 않으며, 때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 * *

 2017년 5월 16일 추가 : 기존의 별점 체계에 변화를 주었다. 최대 네 개라고 하면서도 ½이 있는 탓에 실제로는 ☆☆½까지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던 탓이다. 새 체계에서는 ½을 제외하고 ☆☆☆☆☆, ☆☆☆☆, ☆☆☆, ☆☆, ★ 다섯 가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½이 사라지면서 시각적, 감정적으로 경계도 조금 달라진 모양인지 ☆☆☆☆ → ☆☆☆☆☆ / ☆☆☆½ → ☆☆☆☆ / ☆☆½ → ☆☆ 하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은 이미 다른 판본을 소장하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구매할 의향은 없지만, 출시/발간 소식을 공유하고 싶은 품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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