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enomena

Blu-ray 2016.10.07 09:01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페노미나(Phenomena, 1985)]. 제니퍼 코넬리 때문인지 꼭 공포 영화 애호가나 다리오 아르젠토 팬이 아닌 사람들도 종종 제목을 거론하는 영화다. 유명세 때문에 아르젠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곤 하는데, 사실 나는 아르젠토의 걸작은 이 앞 작품 [테네브레(Tenebrae, 1982)]까지고 [페노미나]부터는 '이 양반이 대체 뭘 하는 거지'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2011년에 영국 Arrow Films에서 출시한 Blu-ray로 처음 보았을 때 워낙 못 만들어서 깜짝 놀랐다. 원래 아르젠토 영화 혹은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는 '잘 짜인 각본'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지만, [페노미나]는 이전의 아르젠토 영화와 비교해 보더라도 사건의 흐름이나 감정선이 제멋대로 어그러진 데다 종종 신기할 정도로 엉성한 쇼트들도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화룡점정은 제니퍼 코넬리. 이 영화에서 제니퍼 코넬리는 연기를 못한다. 그냥 못한다기보다는 연기를 안 한다. 그런데 그것이 영화를 망치기보다는 오히려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배우 제니퍼 코넬리가 수치심을 모르고 쏟아지는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의 욕망에 무심함으로 맞서면서 자신을 숭고하게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게 다시 영화 내용과도 맞물리고. 만든 사람들이 의도한 감상은 아니더라도, 그래서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Synapse Films에서 준비하던 타이틀이다. [테네브레]와 마찬가지로 디스크 세 장짜리 스틸북 한정판으로 먼저 출시한다. 일단 본편은 83분짜리 미국판, 110분짜리 국제판, 그리고 국제판을 바탕으로 하되 국제판에 없(고 미국 개봉판에만 있?)던 6분 분량을 더해 Synapse Films에서 제작한 116분짜리 혼합판을 모두 담았으며, 각 판본에 전부 영어 자막을 제공한다. 미국판과 국제판은 영어 음성에 영어 자막이 들어간다. 혼합판에는 영어/이탈리아어 혼합 트랙과 이탈리아어 트랙이 수록되어 있고, 이에 따라 ① 영어/이탈리아어 혼합 트랙에서 영어가 나올 때는 자막이 없다가 이탈리아어가 나올 때는 영어 자막을 띄우는 자막, ② 영어/이탈리아어 혼합 트랙을 바탕으로 한 영어 자막, ③ 이탈리아어 트랙용 영어 자막을 제공한다. 또한 국제판의 오디오 트랙은 서로 다른 음향 효과와 음악을 사용한 두 가지 판본이 들어간다. 즉 한 영화의 세 가지 판본에다 오디오 트랙은 다섯 개, 영어 자막도 다섯 개를 넣었다는 얘기. 그 정성을 알 만하다.

 여기에 국제판에는 [The Argento Syndrome]의 저자인 데릭 보텔로와 Twilight Time의 단골 음성해설자로 유명한 영화사가이자 저널리스트 데이빗 델 발의 본편 음성해설이 들어가고, 그 외에 다리오 아르젠토의 연출작뿐만 아니라 그가 제작이나 각본에 참여한 작품까지도 다루는 다큐멘터리 / 영화 음악에 참여했던 가수 앤디 섹스 갱 인터뷰 / 예고편을 부록으로 수록한다. 소책자도 들어가고. [테네브레]의 전례를 볼 때 저 다큐멘터리는 아마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장편 수준이 아닐까. 또한 한정판에는 Synapse Films에서 독점으로 제작한 사운드트랙 CD가 들어간다. 고블린이 작곡한 음악 열여섯 트랙에 사이먼 보스웰과 앤디 섹스 갱이 참여한 음악 네 트랙을 더했으며, 이 음악들이 한 장의 음반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한정판 수량은 3천 장. [테네브레]와 마찬가지로 내년쯤에는 킵케이스를 사용한 일반판도 나오지 싶다. 문제는 일반판의 구성. [악마들(Dèmoni, 1985)]과 [악마들 2(Dèmoni 2, 1986)] 때는 이탈리아어 트랙과 부가 영상 등을 스틸북 한정판에만 넣고 일반판에서는 몽땅 빼서 원성을 샀고, [테네브레]는 디스크 한 장짜리 일반판만 사도 스틸북과 사운드트랙, DVD 디스크, 소책자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은 동일했다. [페노미나] 일반판 구성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혼합판과 미국판을 수록한 Disc 1과, 국제판과 음성해설 및 부가 영상을 수록한 Disc 2라는 구성을 볼 때 Disc 2만 따로 빼서 출시할 수도 있지 않으려나.

 참고로 타이틀 품질이 좋기는 하지만 이미 여러 판본으로 나온 바 있는 영화인 데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인지 [테네브레]는 물론 [악마들], [악마들 2] 같은 경우도 아직도 한정판이 다 팔리지 않았다. 3천 장이 순식간에 다 팔릴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배송 이야기를 겸해 업체 소개를 잠깐 하자면, Synapse Films는 미시간 주 로뮬러스 시에서 19년째 홈비디오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소규모 업체로, 가내수공업에 종사하는 장인 같은 기질이 느껴지는 회사다. Blu-ray 시대 들어서는 내놓는 타이틀의 품질이 유독 어마어마하다. 작은 업체라 타이틀 준비 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결과물은 늘 믿을 만하다. 출시작이 Arrow Films와 겹친 적도 몇 번 있는데, 늘 Synapse Films의 판정승. 공식 웹사이트 주문은 미국과 캐나다 주소로만 가능하며, 포장과 배송을 직접 한다는데 이런 스틸북은 파손 위험 때문에 6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이와 관련해서 [테네브레] 출시 당시 올린 공지가 재미있었다. 6달러 추가로 내기 싫으면 사무실에 연락해서 직접 방문해도 좋고, 특히 로뮬러스 시는 미국-캐나다 국경과 가까운데 국경을 넘는다는 이유로 배송비는 더 들고 종종 어처구니 없이 늦어지기도 하는 거 잘 알고 있다면서 캐나다 고객 여러분도 직접 찾아오실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나도 직접 찾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북미 대륙 바깥의 구매자는 Synapse Films 웹사이트에서 주문하면 배송 대행을 이용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경험상(흑흑) 국제배송에도 100% 안전할 정도의 포장은 아니다. 물론 내가 사는 지역의 우편물 취급이 유달리 거친 탓도 있겠지만(서울 거주 당시 Synapse Films 웹사이트에서 구매한 [악마들]과 [악마들 2] 스틸북은 멀쩡했다). 아무튼 안 그래도 비싼 한정판인데 망가지면 속상하니까, 북미 대륙 밖에서 구매하려면 돈이 더 들더라도 Diabolik DVD를 이용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Diabolik DVD도 Synapse Films 못지않은 가내수공업형 쇼핑몰인데, 이용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파손 위험이 큰 타이틀들이 항상 신기하리만치 깨끗하게 도착해서 무척 신뢰하고 있다. 독일 Camera Obscura에서 만든 종이 디지팩 타이틀을 수입해서 다시 태평양 너머로 보냈는데도 자잘한 문제 하나 없으니 어찌 아니 믿으랴. 플레인 아카이브처럼 뽁뽁이를 미친 듯이 두르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기도 하지.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Synapse Films에서 준비 중인 다음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는 [서스피리아(Suspiria, 1977)]다. 이건 아르젠토 영화 중에서도 특히 최고작 자리를 다투는 데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접근성 높은 Blu-ray가 나온 적이 없어서 기대가 크다. Synapse Films에서 (2007년에 제작돼 여러모로 원성을 샀던 마스터를 쓰지 않고) 직접 오리지널 카메라 네거티브 필름을 4K 스캔해서 디지털 복원판을 준비 중이다. 이미 약 2년 전에 4K 테스트 샘플을 올린 적이 있는데 아직도 출시 소식이 없으니, 정말 한 타이틀에 얼마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는 건지. 이하는 2014년 12월에 Synapse Films 설립자 돈 메이 주니어가 진척 상황을 알리기 위해 올렸던 글이다.

Interesting observations about SUSPIRIA after two days. First, it is the most difficult project I've ever done in my career. Second, the original negative will require extensive restoration. There are tears, dirt, splices, scratches and printed in fingerprints all over it, which begs the question: What did they use in 2007 for that blown out transfer? This doesn't look like the same element they used and, if it is, then someone severely damaged it since they scanned it. Also, who has the original Italian opening credits negative, because it is gone from the vault? We recreated the titles using the original title transparencies that WERE still on file in the vault, thankfully. The 2007 master does have extensive DNR restoration corruption (along with the blown out highlights), but there is much more severe damage to the negative that doesn't seem present on the old master. Third, it looks like all previous transfers in 2.35:1 have been zoomed in slightly to remove splice marks, glue, etc. The film frames perfectly, with more info showing on all four sides on ours, in an aspect ratio of 2.40:1, which JUUUUUSST hides the majority of bottom splices that were visible in 2.39:1.

This is exhilarating, challenging, fun and it's going to look awesome.

 Synapse Films 웹사이트 : 한정판 / 일반판
 DVD Beaver 리뷰
 Rock! Shock! Pop! 리뷰
 10K bullets 리뷰
 Diabolik DVD (한정판)
 아마존 미국 (일반판)

신고

'Blu-r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Return of the Living Dead 3  (6) 2016.10.09
Hellraiser: The Scarlet Box  (6) 2016.10.08
■ Phenomena  (4) 2016.10.07
■ Suddenly in the Dark  (8) 2016.09.30
Children of Divorce  (3) 2016.09.23
The Elephant Man  (0) 2016.09.22
Posted by Dr. Gogol


티스토리 툴바